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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이야기] 변사. 그리고 심야괴담회

ott는 이제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아니, 이젠 반대로 이야기해야 할 시대가 찾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장이나 tv보다 ott가 더 친숙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tv는 특정세대의 전유물로 불린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고, 극장가는 이미 수십년도 전부터 영화 그 자체보다는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즐기러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레, 보다 효율적인 방식의 콘텐츠 제작에 매달리게 되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보다 효율성을 추구하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은, 정규 프로그램을 소재로 해서 편성표를 꾸리는 것보다 연예인 몇을 불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 제작단가상 훨씬 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tv 등을 비롯하여 여러 ott는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스포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하니까요.

 

자,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여러 콘텐츠가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무성영화라고는 하지만, 당대 어떤 변사가 맡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을 가졌습니다. 사실상 별개의 영화였던 거죠. 그래서 지금의 성우나 배우와 다른 방향으로 변사가 인기를 누렸던 겁니다.

 

변사를 아십니까?

 

무성영화시대에 영화를 해설하고 전달해주는, 배우와 나레이터 그 사이의 존재를 일컫는 말로 한창 때는 영화 배우 그 이상으로 인기가 있고 영향력이 있던 존재였습니다. 해외에도 영화를 상영하는 상태에서 연주를 해주거나, 번역을 하여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사례가 있었는데, 영화의 감상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형태라 몇몇 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직업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주기도 하고, 영화에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을 임의로 메꿔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등장인물들을 같이 욕해주기도 하고, 영화의 충격적인 부분에 대해 관객과 함께 놀라며 더 큰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출연자기도 했고, 연출자기도 했고, 때론 작가나 관객의 역할까지 함께 소화했습니다.

 

https://youtu.be/8m6zEMnpalM

현 시점에서 공중파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포프로그램인 심야괴담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결국 변사와 같은 직업이 등장했던 것은 무성영화가 가졌던 이런저런 한계를 메우기 위해서 였습니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대사나 음성, 음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사가 그것을 메꾸어 준 것이죠.

 

그리고 이 역할은 변사라는 직업이 사라진지 백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역할이 연출에 녹아든 경우도 있겠고, 아예 진짜 변사처럼 직접적으로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죠. 이 21세기의 변사들은 과연 어떠한 형태를 취하고 있을까요.

 

변사라는 직업이 그렇게나 일찍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린 이를 그리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시대극에서 간간히 변사 그 자체를 보기도 했고, 비교적 근래에 변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행사나 방송 프로그램이 존재하기도 했죠. 하지만 제가 이야기 하고픈 게 이게 아니라는 건 너무 잘 아실겁니다.

 

예, 바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입니다. 연출이나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이전의 영화를 해설해주던 그들처럼, 관객과의 호흡과 신속성이 중요한 공개프로그램은 변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을 진행자, 받쳐주는 역할, 해설자 등등의 역할로 부르며 사실상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콩트 프로그램의 모든 진행자 캐릭터가 변사와 등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사 캐릭터가 상황을 엉뚱하게 전달해서 웃음을 터뜨리는 계열의 코너도 있었으니까요.

 

무대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변사의 역할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극은 이야기적 완결성과 설득력을 요합니다. 그래서 극에 집중하는 선에서 극 너머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변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를 극에 심어놓습니다. 극 안과 극 밖으로 나누었을 때, 그들은 극 안에 존재하는 이들이지만, 때론 4의 벽을 넘어 관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물론 눈에 띄지는 않는 형태로요- 관객과 함께 놀라며 분위기를 돋웁니다.

 

극중극의 형태로 변사가 정말로 나오는 케이스도 물론 존재합니다. 실제 변사처럼 극 자체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주는 설명과 감상까지 함께 하죠.

 

대표적인 예가 mbc의 심야괴담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 그리고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도 들 수 있겠네요.

제가 뉴스를 제하고 유일하게 보는 공중파 프로그램입니다.

 

심야괴담회는 흔히 스튜디오 예능으로 대표되는 포멧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메인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그것을 해설하고 리액션하며 출연진들이 끼어듭니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면 심야괴담회는 출연진들이 끼어드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고 나레이터의 역할까지 겸한다는 정도겠네요. 온갖 재료와 연출로 가득 채운 영화에 비하면 tv의 예능프로그램은 허술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 빈 공간을 철저히 출연자로 채워버린 거죠. 관객의 역할과 변사의 역할까지 출연진들에게 나누어서 말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경제적인 연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극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를 재연배우가 아니라 이러한 변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출연진이 하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죠.

 

 

 

이러한 경제적인 연출방법을 보다보니 예전에 봤던 미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저스티스>.라는-.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연출을 크게 접목하여 나름 화제가 되었던 넷플릭스의 드라마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