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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살인마 가족 3 - 로커가 만든 시리즈의 세 번째 호러 영화

EggSHOW 2024. 8. 6. 09:00

이 영화는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 영화가 속한 시리즈,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롭 좀비'입니다. 예. 그 예전에 밴드 화이트 좀비에서 보컬을 맡았었던 그 양반입니다. 한창 활동하던 당시에도 B급 호러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이러한 일들로 인해 진짜 호러 영화의 감독을 하기도 했었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활동명부터가 '롭 좀비'고, 밴드명은 '화이트 좀비'이며, 자기 아내의 활동명도 '셰릴 문 좀비'니까요. 만약 안 그랬으면 더 배신감 느꼈을지도?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영화는 그가 최초로 감독한 영화 '살인마 가족'의 속편의 속편입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살인마 가족의 속편- 데블스 리젝트이고, 그의 가장 최근작이 2022년작 더 먼스터즈인데 이쪽은 사실상 전체관람가에 리메이크작이니, 이 살인마 가족3- 3 프롬 헬을 그의 최신작으로 간주해도 그렇게까지 틀린 건 아닐 겁니다.

 

다만 이 영화는 해당 시리즈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애초에 이 영화는 롭 좀비의 영화감독 은퇴 선언 이후 나온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디까지나 경험에 의거한 느낌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특정한 장르의 작품에 매달리던 감독이 은퇴를 선언하고 복귀 한 이후 만든 영화는, 그렇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드물긴 하죠. 물론 이 영화가 망작이라는 소리도 아니고, 롭 좀비가 망작만 찍는 감독인 것도 아닙니다. 만일 그랬다면 그가 바로 그 '할로윈 시리즈'의 리메이크작을 맡을 이유도 없었겠죠.

 

실제로 이 작품은, 나름 생각해볼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결국 전작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의 특정한 요소들이 변용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거든요.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바로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악마보다 더 악마 같지만 정작 자기 가족이나 자기 사람에겐 묘하게 친절하게 대하는 이들의 모습이라거나, 치명적인 매력이 그들의 사악함에서 비롯된다거나, 쾌락살인을 하는 사악한 이들과 대립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선을 넘을락 말락 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들로 인해 결국 선을 넘어버리고 파멸해 버리고 만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이 설정들은 모두 일정한 경계선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치만 삐끗해도 캐릭터의 당위성과 매력이 모두 무너져 버립니다. 예컨데 서사가 부여된 악역에 대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악역이 안쓰러워 보인다면, 그 시점에서 더 이상 호러 영화는 공포스럽지 않습니다. 세련되게 악역의 포지션을 다른 악역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비켜간 것이 2편이었습니다만, 그 2편도 결국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에서 악역의 변주를 벗어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찰스 멘슨의 이런저런 이미지를 차용해 주인공들에게 덮어씌웁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원스 어폰 어 타임 헐리우드마냥 그들이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을 대체역사로서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 악마조차 기겁할 살인마들이고, 이들의 또 다른 사악한 대적자들은 이들과 맞선 대가로 파멸하고 맙니다. 심지어 이들은 죽지도 않습니다. 속편에서 사실상 죽는 걸로 마무리지어졌었는데, 속편이 나오니 다시금 되살아나버렸습니다. 물론 배우가 실제로 사망하여 다른 캐릭터가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긴 합니다만, 결국 이들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바뀌는 것은 아니죠. 문제적 인물과 끔찍한 참상 등과 결부된 이 캐릭터들이 과연 어떻게 작용할는지 관객들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실 분위기만 잡고 끝내버립니다. 문제제기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생각되지만, 정말 운만 떼고 끝내버려서 와닿지 않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나쁜 놈 vs 더 나쁜놈의 대립은 흔히 비교적 덜 나쁜 놈이 이기는 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더 나쁜 놈이 이기는 식의 구성이라면, 애초에 대립자를 나쁜 놈으로 설정할 당위성이 떨어집니다. 좋은 놈 vs 나쁜 놈으로 구성을 짜서 나쁜 놈이 승리하는 식이 이야기를 꾸리는 게, 이야기를 만드는 난이도도 훨씬 쉽고, 주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도 비교도 되지 않게 수월합니다. 나쁜 놈 vs 더 나쁜 놈의 구조는 결국 더 높은 수위와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덜 나쁜 놈이 나쁜 방식으로 더 나쁜 놈을 벌하는데서 오는 쾌감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살인마 가족들은, 이들의 대립자로 나오는 나쁜놈들에 비해 더 나쁘고 좋고를 따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애초에 이들은 쾌락살인마입니다. 1편의 설정이 유지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무고한 사람들을 종교의식 비슷한 걸로 살인까지 했던 존재들이죠. 이들을 이용하고 억압하는 이들-정신병원장이었나요?-이 이런저런 천박함과 도덕적인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이들에게 저렇게 당하는 것에 어떠한 감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갸우뚱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익숙한 주인공에 몰입을 하는 게 맞나 싶다가도 저들이 저지르는 짓을 보노라면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적대자들에게 몰입을 하려니, 애초에 이들은 대놓고 관객들이 혐오감을 느끼라고 구성해 놓은 캐릭터들입니다. 2편의 대적자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이들로 인해 타락해 버린 존재라는 구성을 갖고 있었기에 이야기적으로도 합치하는 면이 있었습니다만....

 

이야기의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멕시코의 악당들이 전작의 부폐경찰과 같은 역할 아닌가 싶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은 대적자라기보단 자연재해 같은 환경적인 요소에 해당합니다. 등장인물들과 제대로 된 갈등을 빚지도 않죠. 실제로 이야기적인 부분에서도 아예 덜어내도 무방합니다. 이들은 철저히 주인공들을 띄우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되뇌다 영화가 끝나버립니다. 끝까지 간 폭력이나 혐오에 대한 묘사를 통해 어떤 도달점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악의 평범성이나 사필귀정 같은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도 아니니 접합성도 떨어집니다. 독특한 연출이나 자극적인 묘사도 결국 전작들과 비교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조차 차별화하진 못한 듯하네요. 차라리 마음 놓고 혐오하고 미워할 캐릭터였다면 더 나았겠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적인 흥미가 떨어집니다. 어디에도 몰입을 못하죠.

 

체제의 타파나 붕괴를 진중하게 이야기하게 이야기했고,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를 숭배하는 캐릭터들이었다면 또 달랐을까요? 표현의 수위를 끝까지 가도록 만들고, 더 실험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면 뭔가 달랐을까요? 구성을 좀 더 치밀하게 짰다면? 결과적으로 좀 어중띠게 느껴집니다. 예컨대 미국 원주민 복장을 하고 멕시코 카르텔과 맞서 싸우는 장면은 분명 나름 함의하는 바가 있을 테지만, 정작 그 이전에 했던 행동과 그 과정에 이르며 보여주었던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 때문에 딱히 그러한 의미로 와닿지 않습니다.

 

 

롭 좀비는 다양한 재능을 갖춰 이것저것 다하는, 흔히 이야기하는 다빈치형 능력자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감독을 맡음과 동시에, 영화의 음악도 자기가 담당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영화는 나름의 포인트를 가집니다. 영화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하고, 실제로 다양한 예술적 포인트가 녹아 있어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영화에 대해 강한 지휘권을 휘두르는 지배적인 감독들조차 영화 전부를 담당할 수는 없죠. 물론 헐리우드는 그 감독의 영향력이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약하다고도 하고요. 그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자기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역량을 인정받고, 전혀 다른 판에 와 장편 감독으로 데뷔하면서 그만의 개성과 역량을 온전히 투영시킨 결과물을 남겼다는 점은 꽤나 특이해 보입니다.

 

실제로 그가 만든 영화들을 보노라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배우-영화의 여 주인공부터가 애초에 그의 아내죠-와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연출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렇다보니 반대로 어떻게 포인트를 주려했는지도 눈에 보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추천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굳이 찾아보아야 하나... 라면 아니라고 말하게 됩니다만, 롭 좀비라는 아티스트가, 음악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영화에서 각각 어떻게 대중을 대하는지를 살펴보고 싶다면- 예. 한 번쯤 볼법한 영화라는 생각도 드네요.

 

 

 


 

사족1. 쉐리 문-좀비... 그 이름처럼 롭 좀비의 아내입니다.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데, 좀 튀는 부분이 있고, 어색한 부분도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그녀는 이 캐릭터 연기를 처음 하는 게 아닙니다. 동시에 해당 캐릭터와 그 파생 캐릭터를 꾸준히 연기했지만, 개봉상의 간극으로 인해 십수 년 만의 복귀였죠. 그래서 그녀는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순수한 배우의 역량을 평가하려면 결국 남편이 감독이 아닌 영화에 나와봐야 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애초에 자기가 배우를 하고 싶어 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롭 좀비의 페르소나처럼 이야기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사족2. 사실 제작에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상술했듯 롭 좀비가 더 이상 호러 영화를 찍지 않겠다 이야기한 후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시리즈에서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던 캡틴 스폴딩 역할의 시드 헤이그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개봉 직후 사망하는 일까지 이어졌는데, 이로 인해 그의 비중이 축소되며 이야기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전의 시리즈와 달리 왜 유달리 이 사악한 일당을 관객의 입장에서 불쌍하게 바라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었고요.

 

사족3. 롭 좀비의 영화는, 장르도 장르지만,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이 겹칩니다.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지만, 다른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어서, 감독을 기준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에겐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겁니다.

 

사족4. 좀 전에 이 영화가 만들어지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 롭 좀비가 마릴린 멘슨과 투어를 하는 바람에 제작이 반 년 정도 밀렸었다고 합니다. 영화 감독의 팬들은 영화를 만들라고 하고, 밴드의 팬들은 새 앨범을 내라고 하는... 뭐, 그런 상황이 자주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