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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영화 감상문] 1995년작 저주받은 정사, 배우를 찾다가 보니...

첨 영화보기 좋은 시대입니다. ott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데이터 베이스가 쫘르륵 정리가 되어 있어 클릭 몇번으로 특정 배우가 언제 어디에 출연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한참 영화를 찾아보던 시기는 결국 vhs와 dvd 위주인 시대였기 때문에, 한참을 진열대에서 왔다갔다 하며 찾아다녔었는데 말이죠.

 

린다 블레어. 배우로서 대성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보여준 전설적인 연기 덕분에 영화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여러 호러 영화는 엑소시스트의 이미지를 당겨 오기 위해 그녀를 조연급으로 출연시키기도 했습니다. 리건 역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때론 패러디하고, 때론 오마주하고, 때론 낚시에 활용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여하튼 그 때문에 린다 블레어라는 이름이 밑도 끝도 없이,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에, 심지어 때론 아예 없어도 되는 캐릭터의 연기란에  채워져 있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사실 이러한 배우의 선택이라는 게 그 배우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서, 사실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도, 바로 이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 표지는 사기라고 봅니다

 


1995년작 저주받은 정사를 보게 된 계기는 정말 하잘 것 없습니다. 린다 블레어가 자기 자신의 배역을 패러디한 영화를 찾으며 참고할 만한 다른 영화들을 찾던 중 포스터와 제목이 상당히 세련되게 느껴져 한국에서의 정발명을 확인했거든요. 원제가 소서리스고 포스터의 구도상 세 마녀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국에서의 정발명이 저주받은 정사라니. 그저 당대 유명했던 낚시성 번역명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없이 감상을 시작했는데-

 

예. 수위가 셌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성인물에 체감하는 수위의 차이가 있음은 대략적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수위의 차이를 나태내는 단편적인 특성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성기의 노출 여부일 겁니다. 물론 이 작품은 거기까진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의' 거기까지 갑니다. 노출과 배드신이 잊을만 하면 나오는 수준이며, 최소한 한국의 번역명이 밑도끝도 없이 나온 산물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줍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에로 영화 정도의 수위는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잘 없었죠. 예. 보통 다루지 않던 부류의 영화다 보니...

 


 

 

상기의 특성을 보시다보면 이 영화는 그리 큰 규모의 영화가 아닙니다. 주요 출연인물이 10명이 채 안되고 이 중에 7명은 안나와도 됩니다. 그리고 이 일곱명에 린다 블레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합니다. 사이좋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덜컥 누군가와 결혼해버린 남자친구. 그런데 이 남자의 아내는 사실 '마녀'로, 사랑의 주술을 통해 남자를 홀려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아내와의 생활을 함께 하면서도 그녀의 기괴한 행태와 진심으로 사랑했던 옛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갑작스레 벌어진 사고로 아내는 사망하게 되지만, 여자의 주술은 여전히 남아 남자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알고 봤더니 자신의 직장 상사 역시 아내를 마녀로 두고 있었는데...!

 

사실 영화가 주는 신선함은 크게 떨어지고 배우들의 연기에 다소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를 보는 재미는 있고,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흥미롭게 전개되는 면이 있습니다. 다만, 애초 영화의 본 목적이었던 린다 블레어는 실제 촬영 기간이 고작해야 며칠에 불과하단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비중이 적습니다. 엄연히 이쪽은 또 다른 마녀로서 영화에 스릴러적 색체를 더해줍니다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좀 전의 언급처럼- 안나와도 그만인 정도입니다. 차라리 주인공이 스스로 사랑한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던 아내의 죽음에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면 훨씬 구성적으로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볼거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문제가 벌어지지만...

 

 


 

자. 그럼 다음엔 린다 블레어의 어떤 영화를 볼까요. 물론 엑소시스트는 제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