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감상문

[영화 감상문] 1408, 존 쿠삭의 원맨쇼

누구나 좋아하는 배우가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정말로 천차만별입니다. 흔히 떠오르는 것은 그 배우의 외모를 들 수 있을 것이고, 연기 스타일이나 실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배우가 가진 작품의 선구안이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배우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영화를 보는 쪽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가령 처음 본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던지. 반대로 눈에 익은 엑스트라 배우였는데 어느 순간 큰 비중을 연기하는 게 인상적으로 와닿아서 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때론 본인도 그 배우가 왜 마음에 드는지 잘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배우가 몇몇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영화 1408의 주인공 존 쿠삭입니다.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로, 귀신이 나오는 호텔방에서 마주한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영화는 호텔방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게 되고, 등장인물 역시 극단적으로 제한됩니다. 감독이 마음만 먹었다면 주인공인 존 쿠삭, 그의 아내, 호텔의 지배인 이 셋만 등장시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엔딩의 반전의 요소를 제한다면, 존 쿠삭과 호텔의 지배인만 등장해도 무방했을 정도로요.

 

그래서 혹자들은 이 영화를 존 쿠삭의 원맨쇼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을 전적으로 존 쿠삭이 내고 있으니까요. 처음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오만하게 굴던 그는, 방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괴한 일에 시달리면서 점차 자신의 태도를 바꾸고, 과거의 자신과 괴로움을 겪으며 아직 치료되지 않은 상처를 마주하곤 방과의 대립을 자신의 힘으로 끝내며 비로소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연기하는 존쿠삭의 모습을 보는 건 그의 팬의 입장에서 상당히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괜찮습니다.

 

제한되고 격리된 상황의 공포감을 극대화하였으며, 인간이 왜 공포라는 감정을 겪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합니다. 무엇보다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회한을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살므이 태도까지 제시하니까요. 이것을 호텔 방의 귀신과 대결의 구도 속에서 하나씩 풀어내는데,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아이디어와 그것을 하나씩 잘 표현해내는 연출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줍니다.

 

특이사항이라면, 극장판과 감독판의 엔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블 데드 등 이러한 부류의 영화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들과는 다소 차이가 납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나, 감독은 결국 자신의 영화가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우선해서 생각한다는 점 때문에 대개 본래 구상했던 엔딩에 수정된 엔딩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수정된 극장판 엔딩이 더욱 관객에게 와닿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고, 결국 공포라는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은 본래의 엔딩이긴 합니다만.

 

존 쿠삭의 보다 더 다양한 연기를 보는 것은 수정된 엔딩이 더 적합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