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감상문

[영화 감상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시리즈 영화의 변주

코로나로 인한 제작과정의 변경 때문인지 SNS의 발달 때문인지 뭔지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의 내용 유출이 심각합니다. 영화의 주된 소재나 전개, 심지어는 반전 포인트까지 줄줄 새어 나오는 판이라 이전과 같이 영화를 순수하게 즐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습니다.

 

특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또한 원작이 있어 온갖 분석이 이뤄지는 마블의 영화 시리즈가 더욱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엔드게임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인피니티워 개봉 이후부터 흘러나왔으며,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서프라이즈에 한없이 가까운 캐스팅 정보까지 유출되며 사실상 확정에 가까운 상태로 영화가 개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아예 특정 까메오 출연 여부까지 공개되어 멀티버스라는 충격을 전달하는 것에 실패하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이번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도 주요 내용이 유출됐고, 그게 다 맞았으며, 심지어 반전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공개되어 재미를 반감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언제 마블의 영화가 이러한 유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나 생각해봤는데, 저는 그게 인피니티워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하나의 완성도만 따진다면, 어벤져스 시리즈 가운데 인피니티워는 최상단에 위치한 영화입니다. 대망의 결말을 낸 엔드게임보다도 평론가의 평가에선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인피니티워고요. 실제로 이 영화가 수행해야 했던 여러 역할들과 제작의 난이도를 생각해본다면, 실제로 엔드게임보다도 높은 수준을 요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타노스의 소개, 그리고 성장과 각성, 그리고 히어로의 실패와 살짝 드러나는 반전의 서막까지. 정말 많은 것을 요구받았거든요.

 

영화는 이 부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히어로 영화의 공법을 다른 방향으로 적용했다며 호평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제쳐둔 채, 이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영화는 정말 별에별 분석과 예측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누가 죽고 살 것이며, 누가 새롭게 등장할 것이며, 누가 파워업할 것이며 등등등 정말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전세계에서 이야기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예상을 하는 데 참여했고, 그 가운데엔 정말로 그럴싸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피니티워는 이러한 예상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특히 누가 죽고 사는지의 문제에 대해서 말이죠.

 


 

실제로 빌런이 이길 것이며, 일부 캐릭터는 사망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심지어 작중 퇴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굵직한 내용을 아는 이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주는 데 성공했죠. 당연한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며 비중있는 캐릭터가 죽을 것이며, 그 캐릭터의 배우 몸값이 너무 비싸져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일반론적 분석같은 것은 완전히 뛰어넘은 것이었죠.

 

혹자는 이러한 인피니티워를 평하며 '관객과의 머리싸움에서 이겼다'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관객들의 기대나 예상이라는 것이 가지는 정형성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바로 완성도 말이죠. 판에 박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당연히 그게 일정한 완성도를 담보하고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판에 박은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연스레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하고, 재미도 떨어질 수 있다는 소리니까요. 특히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작품의 경우 지극히 독창적인 작품보다 많은 사람들이 널리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피니티워는 성공했습니다. 물론 엔드게임의 존재가 그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순 없겠습니다만, 여하튼 관객들의 예측 그 이상을 달성하며, 성공했습니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거대한 시리즈를 전개하는데 있어 변주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