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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영화 주절주절] 스타쉽트루퍼스. 재평가가 반복되는 영화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사이로 기억합니다. 여름방학으로 외가댁에 방문한 저는 늦은 밤에도 딱히 할 게 없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참에, kbs인지 mbc인지에서 하던 영화 프로그램에서 하는 영화에 눈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영화는 미래 세계의 사회상을 소개한 후, 외계 벌레 외계인과의 전쟁을 그렸는데 그것들이 굉장히 실감나 넋을 놓을 정도로 집중해 봤습니다.

 

영화 스타쉽트루퍼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몇 번 본 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보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갖고 있거든요. 영화의 매력포인트가 무엇일까요.

 

첫째는 실감나는 미래상입니다. 영화는 미래상을 그리지만 현대사회에선 금기시된 태형이 등장하고, 시민권을 받거나 아이를 갖기 위해선 군대를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입니다. 19세기는 커녕 고대사회에서도 보이지 않던 면을 묘사하는 거죠. 그러면서도 발전한 기술로 인해 성별역할론은 붕괴되어 남녀가 혼욕을 하고, 군대에서 남녀가 보직상의 차이를 갖지도 않습니다. 또한 군대를 홍보하기위해 세계대전 당시에나 먹혔던 선전물이 등장하고, 그렇게 모집한 병사들을 작전목적이라는 이름 하에 허무하게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진보하거나 퇴보하거나,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입체적으로 묘사되며 영화는 미래를 더욱 실감나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둘째는 발전한 미래 기술들입니다. SF장르로서의 색체를 띄게 해주는 이 요소는 외우주 비행, 초능력, 외계인과의 전쟁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화약병기와는 비교되지 않는 강력한 화력의 무기들이지만 보병이 사용한다는 전제아래 여전히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어 줍니다. 외골격을 가진 거대한 외계벌레는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인해 전투와 지휘체계가 분리되어 있고, 이 지휘관 벌레는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 그만의 수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외계벌레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요. 거기서 제시된 것이 바로 인간의 초능력입니다. 일부 인간만이 태생적으로 가지는 능력이며, 긴 시간 다뤄지지 않지만 영화의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우주비행. 주역3인방 중 하나가 우주선 조종사이며, 실제로 영화에서 다뤄지는 전투함의 모습은 다른 콘텐츠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셋째는 단연 컴퓨터 그래픽입니다. 22년의 우린 가히 컴퓨터 그래픽 홍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스타쉽 트루퍼스는 여전히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특히 당대 쥬라기 공원 등이 어둠에 기술적 문제를 감췄던 반면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은 쨍한 햇빛 아래서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이는 곤충 특유의 각진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이 묘사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점, 단일 개체가 아니라 군집에 가까운 방식으로 묘사되어 더욱 인상깊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원작의 파워슈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원작의 전개방향과 대치되는 영화의 묘사, 그리고 미래상을 이야기하지만 미래군대의 전술이 20세기 초반의 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 등이 이 영화의 주된 비판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깔끔하게 딱 떨어진 오락영화로 상당한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틀을 따르는 듯하지만 엄연히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와 외계인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흥미, 그리고 이윽고 주인공 진영측이 지극히 원시적인 방식으로 적을 물리쳤을 때의 카타르시스 등을 생각해보면 지금와 계속해서 재평가받는 것이 이상한 일만도 아닙니다.

 

이 영화와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영화들이 이후로도 계속해서 개봉하고 있지만, 일단 이 영화가 고전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봉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만의 개성과 매력이 살아있어 끊임없이 재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B급 소리를 들었던 과거가 무색하게 이 정도로 흥미를 유발시키면서도 딱 떨어진 오락 영화는 근래에도 보기 힘들거든요.

 

실제로 이 영화는 여러 콘텐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영향을 들 수 있죠. 오죽하면 스타쉽트루퍼스를 스타크래프트의 실사화로 아직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