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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영화 이야기] 마블의 네번째 페이즈. 성공과 실패 그 사이에

이제 반년 정도 후면 블랙팬서의 신작이 개봉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네번째 페이즈가 마무리되죠.

 

상업적 성과 측면에서 비교를 불허하던 어벤져스 시리즈는 지난 엔드게임을 끝으로 한 차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마블의 야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차후 계속해서 페이즈가 진행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제까지 시리즈를 이끌던 두 축이던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가 하차한 상태가 되었음에도 그들의 야심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죠.

 

자, 이제 페이즈의 마무리 단계가 되었습니다. 다시금 세계관 확장을 꾀하고 있는 블랙팬서2의 개봉이 남긴 했지만, 영화가 해야할 수많은 일들을 고려해보건데, 페이즈 전체의 인상을 바꿀 시도는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페이즈 전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마냥 이른 일만은 아니라는 거죠.

 

 

 

사실 페이즈4는 여러모로 사람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던 시기입니다. 코로나라는 재난은 어벤져스 정도가 되는  시리즈 에도 적잖은 타격이 되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 저하가 심도깊게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제작이 딜레이되거나 각본이나 제작진이 교체되는 일로 인해 완성도가 저하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등의 제작방식의 변화 때문인지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수시로 유출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엔 영화의 결말은 물론 후속작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쿠키영상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실상 차포를 떼고 장기를 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고, 실제로 충격요법에 가깝게 사용되었던 캐스팅이 이런 유출로 인해 급격하게 힘을 잃어야 했습니다.

 

또한 배우의 사망 등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영화의 순서가 바뀌는 일이 너무 당연하게 벌어졌고, 영화의 주역과 함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악역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세계관만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경로를 늘렸고, 이 과정에서 영화 본편만으로는 온전한 감상을 갖기 힘든 상황이 되어 영화의 자체적인 평가마저 떨어뜨렸습니다.

 

일부 배우의 호연이나,  인상적인 연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종합적으론 어벤져스 이후의 세계관을 설득력있게 그릴 정도로 완성도를 갖추진 못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개봉한 '블랙위도우'는 어벤져스 시리즈 최초로 메인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가 주역으로 나온 영화라는 기치를 걸고 있었지만, 캐릭터 개인의 서사 이상으로 세대교체에 힘을 쏟은 모양새여서 그리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서사와 시기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리는 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어서 기존 세계관과 충돌하는 신규 설정, 기대받던 떡밥의 허무한 소모, 일부 허술한 액션씬과 컴퓨터 그래픽, 뭔가 각잡고 이야기할 건덕지가 한없이 적은 악역 등이 주된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무엇보다 이후 배우와 불거진 극장과 ott의 동시상영 법적 분쟁 역시 뒷맛을 쓰게 만들었고요.

 

그 후 개봉한 샹치는 영화 황제라 불리는 양조위를 앞세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지나칠 정도로 진부하고, 과할 정도로 편의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존의 마블 작품들이 만든 틀 안에서도 정형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면 이 부분은 상당히 심각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저 배경이 동양으로 옮겨왔다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게 입증됐고요. 흥미로운 액션씬이 있었지만 조화롭지 않다는 평과 함께 이 또한 오마주라는 이름 하에 신선함은 없었단 평가를 들어야 했습니다. 또한 흥행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극장개봉 시기와 ott 관련해서 실험작으로 쓴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았고, 이 때문에 또다시 주역배우로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터널스는 인피니트 사가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압도적인 크기의 세계관을 선보이며, 그것을 온전한 풍광과 그래픽을 통해 표현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것만으로 마블 자체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길로 이끄는 기수라는 평도 함께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반면 이야기적으로 산만하며, 주역과 악역을 포함해 캐릭터 전원의 매력이 별로인데다, 다양성을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정작 타문화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부족한 반쪽짜리 영화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시리즈물로서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 것도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기존 마블 영화들과 구분되는 특성 때문인지 '재미가 없다'라는 평가를 들은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기록적인 흥행을 하며 마블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멀티버스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사람들에게 인지시킨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현실에서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궁극의 콜라보를 이루어냈으며, 가장 원작에서 동떨어져있다 평가받던 스파이더맨을 역대 영화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스파이더맨의 기원담을 재해석했단 평을 받게 바꾸어 냈습니다. 영화팬과 코믹스팬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지극히 어려운 일을 해냈으며,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라는 틀을 벗어나서도 꾸려냈습니다. 하지만 문제도 적잖았습니다. 비록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대치를 높이기는 했습니다만, 캐스팅 유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출연 배우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촌극을 벌여야 했죠. 또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정작 오마주를 기치로 건 캐릭터들을 편의적으로 변조시켰고 이 과정에서 출연했다 그 이상의 의의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도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종합적인 액션씬이 개별 영화에 비해 못하다는 평가는 뼈아픈 것이었습니다.

 

기대치만큼은 스파이더맨 그 이상이라 평가받았던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거장 샘 레이미를 앞세워 보다 호러적인 색체를 강화하여 독특한 인상을 받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선택으로 인한 파급력은 전 우주에 미친다는 발상 자체가 호러 장르에서 애용받는 것이기도 했고, 이를 통한 이야기적 구성이나 주제 전달은 페이즈4 영화들 가운데 제일이라 꼽기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캐스팅은 물론 시나리오상 주된 전개, 특정 캐릭터의 죽음, 쿠키 영상 등등이 유출되는 일 앞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충격요법적 연출에 대해 캐릭터 낭비라는 평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관 최강자에 버금가는 캐릭터들의 대립이 기대 이하의 소규모로 펼쳐졌다는 점도 불만요소로 꼽혔습니다. 제작난이도가 너무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단독 영화는 고작 한 편인 주제에 팀업 영화 여기저기서 해놓은 게 많아 이야기를 집중시키기 힘든 판에, 영화 자체적으로 소개하고 풀어내야 하는 오마주성 캐릭터는 너무 많고, 메인 악역 캐릭터조차 감독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다른 시리즈의 주역급 캐릭터라는 점에서 감독 개인의 이야기를 펼치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겁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소위 빅3라 불리는 캐릭터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토르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빵 터지는 평가를 받지 못했던 마블 팬들로부터 또 다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애석하게도 완성된 결과물은 평작 정도라는 평을 받으며 아쉬운 마무리를 거두는 중입니다. 무기의 교환이나 능력의 부여는 아무리 봐도 깊은 의미를 갖고 있는 상징적 행위인데 전후가 몽땅 잘려나가 뭐가뭔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처럼, 뭔가 각본상엔 깊은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게 분명한 구조인데 ,어떠한 사유 때문인지 사라진 흔적이 역력한 기묘한 작품입니다. 대놓고 감독과 주연배우가 감독판을 따로 내야 한다 이야기하고, 영화의 악역인 크리스찬 베일이 많이 편집됐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배우나 감독들로부터 영화 자체에 대해 이 정도로 좋지 못한 이야기를 한 것은 제작과정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페이즈2 초반 이후로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번 페이즈의 종합적인 평을 놓고보자면, 영화 자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시리즈 초창기였기에 용인되었던 진부함을 자신들의 강점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독 고유의 개성이 발휘되기를 원하지만 정작 각본이 수시로 교체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그들의 강점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높아진 진입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그들 스스로도 불가능하다 여겼기 때문인지 차라리 더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입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사용하지만 이것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단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도 큽니다. 뭣보다 여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전개될 사가에서 긍정적이진 않은 영향을 미칠거란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대서사시의 하나처럼 보이는 척 하지만 사실 이도저도 아닌 물건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또한 영화의 소재와 전개방향은 물론 마무리와 쿠키 영상까지 유출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치명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며, sns 등이 급격히 발달한 현대사회에선 영화 자체에 대한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는 보안상의 문제와, 유튜브나 sns 등으로 인한 환경상의 문제도 작용합니다만, 제작상의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예컨데 닥터스트레인지의 신작의 경우 제작진과 각본, 영화의 주된 악역, 까메오로 출연하는 배우들 등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교체되었습니다. 외부에 정보가 유출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거죠. 더군다나 tv시리즈로 방영된 드라마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이 확정된 시점에서 애초에 유출은 각오했던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함께 돌고 있습니다. 

 

 

과연 어벤져스 시리즈는 사람들의 기대만큼 앞으로 계속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먼저 어벤져스 시리즈의 기대치가 낮아질 일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지금껏, 그리고 이후로도 이토록 거대한 성공을 거두는 시리즈가 존재할 수 있을까 관련인들로부터 의아해하는 상황이니까요. 자연스레 어떠한 규모의 영화가 개봉하더라도 어벤져스 시리즈의 하나인 한 영원한 황금기를 투영하여 영화를 바라볼 겁니다. 그리고 이건 때론 득이되겠지만, 때론 독이 될 겁니다.

 

이번 4페이즈가 마블의 실패의 연속이라고 말하기엔 사실 너무 박한 감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페이즈는 이전 첫번째 페이즈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캐릭터의 소개라는 측면이 강하니까요. 또한 잘 만들어진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진통도 필요합니다. 거기다 드라마 자체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들은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의견과는 별개로 어벤져스 시리즈는 진중한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실제로 지금와서 보건데 어벤져스 시리즈는 전혀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 아니니까요. 제작비화들을 듣고 있노라면 쪽대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평작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왔던 것이 어벤져스 시리즈의 강점인데, 이젠 그걸로는 부족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아무리 능력있는 감독을 갈아가며 작품의 질을 유지하려 하더라도 기획상에서 꼬여버린 오류를 개별 영화에서 해결하라며 던져버리는 행동은 결국 영화에 대한 공격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기존 제작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있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이는 분명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일 겁니다. 특히 마블을 제외한 다른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대략적인 마무리-내지 마무리 당한 것-를 맞이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페이즈5의 시작점으로 앤트맨이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비로소 평행세계 이야기들이 통일성을 갖춘 일대기가 될 것이라 추측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개봉했던 일련의 영화들이 사실은 평행세계의 이야기이고, 이들이 이후 협력해 평행세계차원의 연합이 이뤄져 적과 맞서싸울거라는 이야기마저 도니까요. 이 추측이 맞는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그 정도로 거대해진 이야기고 이 정도가 아니면 사람들이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니 이 추측이 돈 시점에서 그 이상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