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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꼬리를 무는 이야기] 목버스터.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저스티스

제목만 봐도 감이 오시겠지만, 예. 히어로 물입니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DC의 <저스티스 리그>를 떠올리게 만들죠.

 

언뜻 보면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으로 보입니다.&nbsp; 실제로 그것을 노렸고, 해당 캐릭터들의 이름도 그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는 참으로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MBC의 <심야괴담회>를 본 직후, 유튜브에 이를 다룬 영상이 알고리즘에 뜨더군요. 처음엔 목버스터 영화, 그러니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를 저자본으로 대충 빠르게 차용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은 그야말로 히어로 영화의 전성기라 할 만했으니까요. 이들을 차용한 영화가 목버스터의 형식으로 나온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

 

언젠가 이야기했듯, 저의 길티 플레져는 바로  머리를 비우고 패러디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멍 때리며 어떤 영화를 어떻게 차용했는지 훑어보는 것만으로 많은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 거죠. 그러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이러한 목버스터 영화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패러디 영화나 목버스터 영화나 결국 차용을 기반한 것이니까요. 다만 잘 만든 패러디 영화는 일정한 만듦새를 갖추었다 평가받는 경우가 (드물지만) 보이는 반면, 목버스터는 정말 최소한의 완성도만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시간에 쫓겨서 만들어지니까요. 특히, 상당한 노하우가 쌓인 영화 제작사들도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만들 수 있다 여겨지는 소재를, 저자본으로 소화하겠다고 나선 거니까요. 더더욱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버스터 영화는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극단적으로 확장되면서, 자연스레 전반적인 퀄리티는 떨어지게 되었고, 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감상했던 영화들을 분석하여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니까요. 내 취향에 맞지 않는 S급의 영화보단, 내 취향에 맞는 C급의 영화가 더 즐겁기 마련이니, 목버스터는 이전의 극장개봉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ott의 환경에 적응하여 활약하고 있는 셈입니다.

 

슈퍼히어로를 분류하면 결국 슈퍼맨과 배트맨으로 나뉠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정도로 영향력이 크고, 본작에서도 그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하튼, 6편의 드라마를 보고 나서 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 예, 저 예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부분이 디씨의 여러 콘텐츠에서 차용되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원작 격에 해당하는 명성과 장르적인 기법의 무비판적인 수용을 통해서만 만들어진 드라마냐고 묻는다면, 사실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이 드라마는 본편에 대한 고민이 다각도로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부를 법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지고 모두에게 추천할만한가? 거기에선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여러 슈퍼 히어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작중 캐릭터의 기반이 되는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해 알고 있어야 반전이 반전으로 취급되고, 거칠게 뛰어넘는 편집에 대해서도 무던히 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으로밖에 평가하게 되는 겁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연출은 색다름보다는 싼 맛에 쓰는 때우기용 연출이라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줍니다. 그렇지 않아도 호불호가 갈릴법한 연출인데, 너무 편의적으로 쓰다 보니 어느 시점엔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보는 일마저 생겼습니다. 나름대로 밀도 있게 전개되고 계속해서 반전이 나오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악한 슈퍼맨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이젠 정통파 슈퍼맨이 더 보기 힘들어진 상황이죠. 오죽하면 경쟁사의 캡틴 아메리카를 두고 슈퍼맨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이 작품은  비틀린 히어로물에 해당합니다. 상기의 슈퍼맨, 배트맨이 구축한 정형을 비틀어서 만들어졌죠. 철인 슈퍼맨은 사실 누구보다 상처 입고, 누구보다 절제하는 배트맨은 결국 선을 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류의 작품이 일찍 만들어졌다면 좀 더 달랐을까 싶지만, 본가에서도 슈퍼맨을 비튼 울트라맨이나 배트맨을 비튼 아울맨 등의 캐릭터를 수십 년도 전에 내놓았고, 영화 쪽에서도 타락한 슈퍼맨이라는 클리셰가 생길 정도로 적잖은 비튼 슈퍼히어로 상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 상황이라...

 

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여러 슈퍼히어로물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재해석이라는 것은 원본이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더 즐거운 일이니까요. 뭐가 됐건 아직은 슈퍼히어로 장르가 주류가운데 주류라 할 수 있으니.

 

 

 

 

사족.

두달? 세 달 전에 쓰다 만 글입니다. 본래 슈퍼맨과 배트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있었는데, 당시에 제가 뭔 생각으로 썼던 글인지 기억도 잘 안나 뒷 내용 다 자르고 황급하게 마무리해 올립니다.

 

대체 뭘 쓰려고 했던 걸까.